혼여행 기록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혼여행이었다.

그동안 가까운 지인들과 여행을 많이 다녀왔지만
한편으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여행을 꿈꿨었다.
낯선 곳에서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했고
온전히 나를 위한 휴식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장황한 고민 끝에 
그래도 많이 다녀 익숙했던 강릉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캐리어에는 옷가지들보다 나를 위한 물품을 챙겼다.
에세이 한 권, 트래블 노트, 펜, 닌텐도(?) 등등

하나둘 쌓이다 보니 꽤나 무거워진 캐리어를 들고 KTX를 탔는데
생각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도착하자마자 먹었던 장칼국수 
배고파서 한 그릇을 다 먹고 배 두드리며 인근 시장을 걸었다.

나는 어디든 걷는 걸 좋아한다.
그 동네엔 어떤 재밌는 요소들이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는 걸 좋아한다.
그날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지나 숙소까지 걸었다.



숙소는 혼자 지내기에 충분하고 아늑한 곳이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며칠 지낼 것을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다음 날은 설레발에 조금 일찍 눈이 떠졌고

바다를 꼭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돗자리며 삼각대, 아이패드
(그림을 꼭 바다 앞에서 그리고 싶어서..) 외 몇 가지를
바리바리 싸 들고 밖으로 나왔다.
뚱뚱해진 가방을 매고 걷자니 몇 번이고 다시 숙소로 가고 싶었지만
겨우겨우 가고 싶었던 바다에 도착했다.



나는 해수욕장 한복판에서 대여한 파라솔을 방패로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바다는 정말 파랗고 시원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는다면 단연 이때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해는 굉장히 뜨거워서 웬만한 선크림으로는 역부족이었지만
바다 앞에 아무런 생각 없이 누워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2시간을 넘게 보내며 모래와 물아일체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생각했던 휴식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책에서 본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같은 일상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당연하게 여겨질 일들도
가끔 장소를 바꿔주며 환기해주면 다시 소중해지듯이
우리에겐 반드시 비움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어졌던 강릉의 맛! 먹거리들과 길거리 곳곳도 빠질 수 없는데
인적 드문 곳에 찾은 맛집, 지도를 따라 발견했던 새로운 책방과 카페가
모두 새로운 듯 편안했다.

식당에서 만난 사장님들은 항상 친절하셨고
정성으로 가득했던 곳인 ‘고래책방’이라는 서점에서 산 책을
돌아와서도 읽고 있다.

내 선택만으로 닿았던 곳들이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모두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강릉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여름이지만 따뜻했던 며칠을 보냈다.


근데 휴가라는 건 항상 왜 이렇게 짧을까?